김일성 忌日 노동신문 사설 "비약과 전환" 촉구
"부강조국은 김일성 유훈"..과거 사설에선 형식적 언급

(서울=연합뉴스) 문성규 기자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김일성 주석 13주기인 8일자 사설에서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서 일
대 변혁"을 유난히 강조했다.

2000년 이래 김일성 주석 사망 주기 기념사설에 비해 올해 사설은 경제부문에 대한 언급 분량도 많다.

'부강조국'이 김 주석의 '유훈'의 하나인 만큼 과거 사설들에서도 경제부문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동신문의 김 주석 사망 주기 기념 사설들은 김 주석의 주체사상 등 업적 칭송, 이를 계승한 김정일 위원장의 선군영도 칭송이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끝머리에서 김 주석의 '유훈'중 하나로 경제건설과 남북통일 문제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는 동일한 구조로 돼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사설은 경제부문에서 "감자농사 혁명방침과 두벌농사 방침, 양어와 축산을 발전시킬 데 대한 방침 철저히 관철해나가
야 한다""(2001년)거나, "일군들은 높은 책임성과 실력을 지니고 경제조직 사업과 지휘를 짜고 들며 경제사업에서 실리를 철저히 따지고
모든 일을 혁신적 안목을 갖고 전개해 나가야 한다"(2002년), "당이 제시한 선군시대 경제건설 노선과 방침들을 철저히 관철해 나감으로
써"(2006년) 등과 같이 형식적 수준의 언급에 그쳤다.

이에 비해 올해 사설은 "경제강국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비약의 폭풍을 일으켜 나가야 한다"며 "오늘 우리 앞서 나서는 가장 중요한
과업은 모든 힘을 총동원, 총집중해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서 일대 변혁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국가전략적 측면에서 경제건설과 주
민생활 향상을 강조했다.

사설은 "준엄한 시련의 언덕을 넘고 넘으며 당의 선군영도를 받들어 억세게 싸워온 우리 군대와 인민앞에는 지금 새로운 번영의 연대
기가 펼쳐지고 있다"며 "사회주의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공격전을 힘차게 벌여" 김 주석의 "염원이 활짝 꽃핀 사회주의 낙원을 하루빨리
일떠세워야 한다"고 말해 경제발전 역시 김 주석의 유훈임을 상기시켰다.

사설은 이어 "나라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서 결정적인 전환을 이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당의 농업혁명 방침, 경공업혁
명 방침 관철에 힘을 넣어 인민들의 먹는 문제, 입는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것과 전력, 석탄, 금속, 철도운수 부문에서 "새로운 비약의
돌파구"를 열어갈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나라의 경제발전의 먼 앞날을 내다보면서 모든 사업을 전망성있게 설계하고 내밀어야 한다"고 사설은 덧붙였다.

올해 사설의 경제부문에서 나타난 이러한 특징적 변화는 지난해 미사일 시험발사 직후 북.미간 긴장관계를 반영했던 12주기 때의 사설
이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우리 힘이 어떤 것인가를 똑똑히 보여줄 것"이라고 했던 호전적 특징과 크게 대조적이다.

또 2000년 이후 매년 김 주석 기일의 사설에서 선군정치 강화와 대미 비난에 치중해온 것과도 차이가 난다. 올해 13회 기일 사설에선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이 없다.

올해 사설은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가 해결돼 2.13조치가 이행 단계에 접어드는 등 한반도 정세 완화에 대한 북한의 긍정적 인식
과 낙관적 전망이 배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설은 또한 연초 경제 현대화와 자주적 국방력 강화를 강조한 신년 공동사설의 기조를 이어간 것으로, 90년대 중반 이후 추진하
려다 안보 문제에 막혔던 '경제 살리기'에 본격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히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3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을 만났을 때 "최근 한반도 정세가 일부 완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해 북
한 당국의 정세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경제 부흥에 주안점을 둔 것은 이제 안보 문제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moon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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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07/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