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_ 김유호(유소아과 원장, 지원본부 상임이사)
우리는 올해 북녘의 아픈 아이들을 위하여 하나도 해준 것이 없습니다.
1월부터 9월까지 북의 아이들을 위한답시고 일주에 한 번 씩은 모였습니다.
별의 별 얘기들을 쏟아냈습니다.
우리는 올해 너무 큰 것들을 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북한 정권이 안정되는지 안되는지, 6자 회담이 재개되는지 안 되는지, 우리 정부가 대북 지원을 결정할지 안할지, 중국은 북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대선 예비 후보들은 어떤 대북정책을 내놓는지, 북한은 남한의 제안을 받을지 안 받을지…. 전부 부질없는 얘기들이었습니다.
우리들이 제일로 아낀다는 어린이들이 아파하고 있습니다.
병원에 있으면 더 이상 어떻게 해줄 수 없는 아픈 아이를 만날 때 그 미안함에 아이의 얼굴을 바로 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북의 아이를 직접 본 일이 없어, 굶어서 병에 걸렸다는 것이 상상이 안 갈 수도 있습니다. 비교적 흔한 영양제와 항생제가 없어서 희망이 없는 불치병으로 바뀌어가는 아이들에게 팔자려니 하고 내버려두는 일이 실감이 안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린이는 정치를 모릅니다. 어떤 조건도 굶는 아이들을 내버려 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했으면, 얼마나 많은 아픈 아이들이 있었는지, 어떤 방법으로 필요한 식량과 약품을 보낼 것인지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내 놓아야 했습니다.
다행히도 대북지원 단체들 중에 9월 말부터 식량으로 밀가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지원본부도 북의 의료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수액제를 포함한 의약품을 보내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일 년 동안 보내지 못한 의약품들을 순차적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봄과 여름, 가을동안 많은 후원회원분들께서 소중하게 지원해 주신 후원금을 북의 아픈 어린이들과 산모들에게 사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