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진통제나 마취제 등 약제로도 통증 조절이 가능한데 그런 것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신경치료나 보철치료보다는 발치(拔齒)를 위주로 하는 것 같습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건치)의 박남용(40)남북구강보건협력특별위원장은 북측 구강보건분야
의 열악한 상황을 소개하며 안타까워했다.

1997년 대규모 홍수피해 때 대북지원단체인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모금운동에 참여했던 박 위
원장은 2001년부터 치과의사 전문성을 살려 남북구강보건협력특별위원회를 구성, 대북 구강보건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5년 3월에는 환자들을 눕혀 치료하는 유니트체어 5대와 치과용 엑스레이인 파노라마를 북측
에 보내면서 남북 학술교류를 제의해 그 해 10월 남북간 구강분야 학술교류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북쪽의 구강분야 수준을 파악하고 구강과 의사들과 면담을 충분히 해야 물자를
보내더라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고 기술도 충실히 전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술교류 때 27명의 남측 치과의사들이 방북해 논문도 발표하고 북측 구강과 의사들에게 임플
란트, 신경치료, 보철치료 등을 직접 시연해 보였으나 2005년 10월 이후 다시 성사되지 못했다.

박 위원장은 "범치과계 연합체인 남북구강보건의료협의회(남구협)를 통해 학술교류를 하자고
꾸준하게 북측에 제의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구협은 건치를 비롯해 치과의사협회, 치과위생사협회, 치과기공사협회, 치과기재협회 등 5
개 단체로 구성됐다.

남 위원장은 "사업 초기에는 신뢰가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움도 많았으나, 이제는 우리가
성심껏 돕는다는 것을 인정한 듯 북측도 우리를 신뢰하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서울 안암동의 H&P고대치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방북일정이 잡히면 동료 의사에게 병원
일을 맡긴 채 평양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북측 의사들에게 지원설비의 사용법 등을 설명해 줄 때 무척 진지하게 듣는 북측 의사들의 모
습을 볼 때면 무척 고무된다"는 것.

특히 지난달 4일 남구협이 무영등, 마취기, 수술대, 인튜베이션 세트, 소독기기, 드레싱카 등
수술장비를 지원해 준공한 조선적십자종합병원 구강수술장을 방문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
다.

그는 "북측 병원의 구강과에 1970년대 의료장비만 있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는데, 이번에 준공
한 구강수술장을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며 "앞으로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구강분야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전기, 수도 등 지원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도 표시했다.

"구강분야만 지원한다면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물자를 보낼 수 있는데, 전기.수도시설까지 신
경써야 하는 게 무척 답답하다"
그러나 곧 "통일부가 북한의 영유아 지원사업에 심혈을 쏟고 있어 우리까지 돕기 어려운 형편이라
는 점을 알고는 있다"고 그는 말하고 "우리가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지원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
였다.

건치 의사들은 다음달 말부터 남구협이 개성에서 운영할 이동차량병원과 경협사무소 2층에 마
련될 치과병원에서 북측 의사들과 함께 개성공단 내 북측 근로자들의 치아를 치료할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주중에는 북측 구강의사와 간호사, 보철사가 이동진료차량으로 공장을 찾아다니
며 진료하고 주말에는 남측 치과의사들이 개성공단에 가서 협진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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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연합뉴스 2007/12/16>